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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에선

    [에너지 이야기]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에선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다. 대형마트에 가보니 ‘절전 대책’이라고 써 붙인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찾는 이들도 많았다. 전기를 쓰지 않는 제품들,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 얻은 전기로 켤 수 있는 라디오와 충전기, 햇빛으로 만든 전기로 밝히는 전등, 통풍이 잘 되는 옷과 모자, 냉찜질용 스카프, 열대야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이마와 발바닥에 붙이는 냉찜질 파스 등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이 강력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펴고 있으며 초절전 모드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에 후쿠시마 사태를 정확히 예고한 신망 높은 반핵 평화 운동가 히로세 다카시씨를 만났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1~4기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은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자로 핵 연료봉들이 녹아내려 원자로 바닥에 쌓이고, 들러붙은 용융물들은 계속 붕괴열을 내고 있어 원자로 내부는 아주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모두 추가 폭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각 원자로가 안전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니, 4기 모두 안전할 가능성은 0.0625(0.5×0.5×0.5×0.5)로 안전 확률은 6%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0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7.2%다(2008년 기준). 핵발전소에서 만드는 전력은 전체 전력 중 13.5% 수준이다. 결국 핵발전소가 제공하는 전력은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 2%도 안 된다는 소리다. 2%의 에너지를 쓰겠다고, 그다지도 위험한 핵발전소를 ‘필요악’이라 인정하며 우리 모두가 목숨 걸고 지켜줘야 한다는 게 합당한 일일까?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중 현재 가동되고 있는 것은 17기뿐이지만 전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진 지역도 있고 경기침체로 전력 사용량이 감소했으며 철저히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핵발전소를 멈추면 당장 큰일이 날 것이라던 예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안전 점검을 위해 멈춘 핵발전소가 재가동을 하려면 해당 지자체장이 동의를 해줘야 하지만, 후쿠시마 핵사고의 참상을 지켜본 국민 여론 때문에 어느 지자체장도 핵발전소 재가동을 용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가 모두 문 닫을 날도 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희정 /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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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현정처럼 되려면 에어컨을 피하라

    [에너지 이야기] 고현정처럼 되려면 에어컨을 피하라 불혹의 나이에도 눈부시게 고운 피부를 자랑하는 배우 고현정씨의 피부 관리법이 화제가 됐다. 따라하는 이들도 제법 많다고 한다. 그중 관심을 많이 끄는 방법은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고, 겨울에는 히터 바람을 피하는 것이다. 피부관리사들은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에어컨 바람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어컨 바람이 공기를 몹시 건조하게 만들어 피부 점막을 마르게 하고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피부 점막이 마르면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력도 떨어져 각종 질환에 감염될 우려도 커진다. 겨울철이면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데, 여름에도 지나친 에어컨 사용이 냉방병뿐 아니라 피부 건조증을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지 않도록 하고, 과잉 냉난방이 되는 장소도 피하라는 고현정씨의 피부 관리법이 에너지 절약 실천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과잉 냉난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의 홍보대사가 돼달라고 제안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과잉 냉난방으로 인해 여름과 겨울철 전력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 최대 전력 사용량 신기록이 수립되고 있다. 올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됐고, 벌써부터 전력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 냉난방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전체 전기 사용량 중 냉난방에 쓰이는 양은 매년 늘고 있다. 전체 전력 가운데 전기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겨울에는 25.4%에 달했다. 특히 올해 1·4분기 에어컨 예약 판매는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여름과 겨울 전력 피크 기간을 제외하고 평상시에는 생산되는 전기 중 20% 정도는 남아돈다.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도 할 수 없어서 버려지고 있는 전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여름과 겨울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전력 사용이 특정 시간대에 몰려 예비 전력이 얼마 없는데 그 순간 발전소 한 곳이 고장이라도 나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실내 냉방 온도를 1℃ 내리려면 에너지는 7%가 더 소비된다. 여름철에 모든 가정과 사무실에서 냉방 온도 1℃만 올려도 100만㎾를 절약할 수 있어 발전소 1기를 안 지어도 되는 효과가 있다. 모두 힘을 모아 대규모 정전이라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정희정 /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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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폐기장화 되는 우리의 몸

    [에너지 이야기] 핵폐기장화 되는 우리의 몸 서풍이 불어 한반도 동쪽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방사능 오염 사고로부터 우리는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만 싶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초, 전국적으로 ‘방사능 비’가 내렸다. 곧이어 시금치와 상추 등 국내 농산물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편서풍 운운하던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을 뿜어내는 핵발전소들을 이른 시일 안에 안전하게 영구 폐기 처분해야 할 텐데 걱정스럽다. 그런데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적으로 파묻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수천 년 뒤 고고학자들이 오래된 유적을 발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소중한 물건을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보관하려는 듯 바위 속에 견고하게 만든 건축물인데,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관련 정보도 찾을 수가 없고 유적 주변의 안내문 등도 다 지워지고 없다.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발굴에 성공하고 보관돼 있던 유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 순간 학자들은 방사능에 피폭되고, 맛도 냄새도 없는 무시무시한 물질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불행히도 그 유적은 핵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이었던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러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해 관련 학자들은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불과 몇백 년 전에 쓰던 언어도 바뀌어 고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겨우 해독을 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수천 년, 수만 년 뒤 후손들에게 위험천만한 핵폐기물 처분 시설을 절대 열어보지 못하도록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안내문을 페인트로 쓰면 다 지워져 버릴 테고 무슨 뜻인지 해독도 어려울 테니, 원시시대 벽화처럼 접근하지 말고 멀리 도망가라는 의미를 담아 그림을 바위 위에 깊이 새겨야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핵폐기장은 결국 인간의 몸이다. 물과 토양이 오염되고, 농산물과 축산물이 오염돼 먹이사슬을 따라 결국 우리 몸에 방사능 물질이 농축된다. 일본 핵발전소로부터 200㎞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여성의 모유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동네에 핵폐기장을 만들지 말라는 운동은 의미 없는 일인지 모른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 핵폐기물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정희정 /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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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이어와 러닝머신 유감

    에너지 이야기 드라이어와 러닝머신 유감 잡지를 보다가 흥미로운 상품 광고를 발견했다. “헤어드라이어는 80~100℃ 뜨거운 바람과 75~85㏈의 시끄러운 소음을 발생시켜 연약한 피부엔 국부적 열고문, 예민한 청력에는 소음으로 인해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헤어드라이어 제조회사들이 보면 뜨끔해하거나 혹은 불쾌해하며 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광고 문구가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헤어드라이어는 소비전력이 높아 전자파도 많이 발생시킨다. 전자레인지가 전자파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것은 다들 알고 되도록 멀리한다. 헤어드라이어의 전자파도 전자레인지 못지않다. 지난 2006년 환경부가 가전제품을 몸에 바짝 붙여 사용할 경우 자기장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전자레인지 443.1mG(밀리가우스: 자기장 세기 단위), 진공청소기 309.1mG, 헤어드라이어 275.8mG, TV 219.4mG, 세탁기 116.9mG 등으로 나타났다. 다른 가전제품은 사용할 때 신체와 거리를 두게 마련이지만, 헤어드라이어는 신체, 특히 두뇌와 눈 가까이에서 사용하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헤어드라이어의 전자파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동물실험에서는 전자파가 백내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여러 역학조사를 통해 2mG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경고가 보편화돼 있다. 전자파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헤어드라이어의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글머리에 언급한 헤어드라이어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는 문구는 건강상품 광고가 아니었다. 애견 전용 드라이어 광고의 일부였다. 인간보다 연약한 피부와 예민한 청력을 가진 애견에게 사람들이 쓰는 일반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게 되니 애견 맞춤형 특수 드라이어를 사용하라는 광고였다. 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일도 많지만, 에너지 고갈 시대인데도 모든 활동을 전기를 쓰면서 하게 만드는 신제품들이 자꾸 개발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는 놀지도 못한다. 노래방 기계가 없으면 노래를 못 하고,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며, 달리기도 러닝머신 위에서만 한다. 특히 러닝머신의 자기장 방출량은 948.7mG로 전기 면도기(2.4mG)에 비해 470배, 헤어드라이어(275.8mG)에 비해 3배 이상이어서 건강해지려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될지도 모를 일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에너지를 펑펑 쓰다가는 꼭 필요한 순간에 전기를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휴식과 운동, 건강과 미용을 위한 일들은 되도록 에너지를 쓰지 않아야 효과가 더 큰 법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정희정 /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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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를 먹고 마신다?’

    에너지 이야기 ‘석유를 먹고 마신다?’ 일본에 생수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는 일본 대지진과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일본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작은 생수 회사인데, 지난해 1년 동안 일본으로 수출했던 양보다 최근 주문받은 양이 몇 배나 더 많아 이번 기회에 회사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목소리였다. 때마침 일본인 친구는 내게 물을 사서 보내달라고 도움을 청해왔다. 일본에선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수돗물이 방사능 물질로 오염된 도시도 있고, 가게에서 살 수 있는 물의 양도 제한돼 있다. 한 가족이 하루에 살 수 있는 물의 양은 2리터(ℓ)로 한정돼 있는데, 그나마 상점에 일찍 가지 않으면 다 떨어지고 없어 살 수도 없다고 한다. 돈이 있어도 물을 사기 힘들다는 일본인 친구는 결국 내게 돈을 주면서 물을 소포로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알아보니 운송료가 너무 비싸서 고민스러웠다. 다행히 생수 수출 기업 대표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 수출돼 있는 물을 친구에게 직접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생수업체 대표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페트병 가격이 20% 가까이 올랐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병을 구할 수 없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페트병 제조 회사의 사정을 알아보니 주문 양이 폭증해 공장을 100% 가동해도 소화를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페트병의 원료는 석유에서 뽑아내는데, 유가가 상승해 원료비도 많이 올랐을 것이다. 조사해 보니, 페트병 원료인 폴리에스테르 수지의 가격이 30% 넘게 급등했다는 보도가 눈에 들어왔다. 고유가와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 생수와 음료의 수요 급증, 페트병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 생수 수출 차질…. 이렇게 줄줄이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페트병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병 용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석유가 필요하다. 500㎖ 페트병 25개면 PC 모니터 1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는 것은 석유를 마시는 것과 같은 셈이다. 물뿐 아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도 석유 없이는 생산될 수 없다. 농기구는 석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비료도 석유로 만들며 장거리 유통에 사용되는 연료도 엄청나기 때문에 음식물의 90%가 석유라는 분석도 있다. 석유를 먹고 마시며, 석유로 만든 옷을 입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리 삶 전체가 석유에 중독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석유를 과식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 날이 다가오리라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정희정 /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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